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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복음] 내 장례 날을 위하여 이 기름을 간직하게 하여라previous/the Gospel 2014. 4. 14. 12:46반응형
4월 14일 복음말씀
요한 12,1-11
예수님께서는 파스카 축제 엿새 전에 베타니아로 가셨다.
그곳에는 예수님께서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다시 일으키신 라자로가 살고 있었다.
거기에서 예수님을 위한 잔치가 베풀어졌는데, 마르타는 시중을 들고 라자로는 예수님과 더불어 식탁에 앉은 이들 가운데 끼여 있었다. 그런데 마리아가 비싼 순 나르드 향유 한 리트라를 가져와서, 예수님의 발에 붓고 자기 머리카락으로 그 발을 닦아 드렸다.
그러자 온 집 안에 향유 냄새가 가득하였다.
제자들 가운데 하나로서 나중에 예수님을 팔아넘길 유다 이스카리옷이 말하였다.
"어찌하여 저 향유를 삼백 데나리온에 팔아 가난한 이들에게 나누어 주지 않는가?"
그가 이렇게 말한 것은, 가난한 이들에게 관심이 있어서가 아니라 도둑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돈주머니를 맡고 있으면서 거기에 든 돈을 가로채곤 하였다.
예수님께서 이르셨다.
" 이 여자를 그냥 놔두어라. 그리하여 내 장례 날을 위하여 이 기름을 간직하게 하여라.
사실 가난한 이들은 늘 너희 곁에 있지만, 나는 늘 너희 곁에 있지는 않을 것이다."
예수님께서 그곳에 계시다는 것을 알고 많은 유다인들의 무리가 몰려왔다.
예수님 때문만이 아니라, 스분께서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다시 일으키신 라자로도 보려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수석 사제들은 라자로도 죽이기로 결의하였다.
라자로 때문에 많은 유다인이 떨어져 나가 예수님을 믿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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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묵 상 )
성주간 월요일 아침에 고요한 마음으로 주님의 말씀에 귀 기울입니다.
태풍 전야의 정적과 긴장이 동시에 느껴집니다.
미사 뒤에 잠시 마음을 가다듬으며 조용히 자리에 앉아 묵상합니다.
한 해의 전례주년에서 어느 때와도 비길 수 없는
경건한 시기인 이 성주간을 지낼 마음의 준비를 합니다.
예수님의 수난과 죽음이라는 놀라운 사건이 이어지건만
먼저 떠오르는 것은 이상하게도
온화한 바람에 부드럽게 눕는 들풀이었습니다.
괴로움도 있으시련만 흐트러지시거나 동요하시지도 않고
조용히 마리아에게 당신의 발을 맡기시며
당신의 죽음과 장례를 말씀하시는 예수님의 모습에서
부드럽지만 흔들리지 않는 사랑을 느꼈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러한 심상과 함께 인상적인 장면 하나가 문득 떠올랐습니다.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의 장례 미사 광경입니다.
전 세계에서 모인 수많은 사람으로 가득 찬 미사였지만 지금
제 기억에 떠오른 바티칸 광장은 텅 빈 것 같고 시간이 멈춘 듯했습니다.
다만 특별한 장식 없는 관 위에 놓인 복음서가 바람에 나부낍니다.
며칠 전인 4월 2일이 교황님이 선종하신 지 아홉 해가
되는 날이었기에 이 모습이 기억났을지도 모르나,
이번 성주간을 위한 큰 선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제 예수님의 수난과 죽음의 길을 따라나서리라 다짐합니다.
오랫동안 딱지처럼 몸에 달라붙어 있는
의심과 주저함, 두려움에서 벗어날 것을 다짐합니다.
끊임없이 애착했던 헛된 장식이나 치장을 치우리라 마음먹습니다.
이러한 길에 조용하지만 변함없는 사랑이 놓여 있다는 것을 압니다.
이 길이 바로 부활과 생명의 길이라는 것을 믿습니다.
주님께서 가신 길을 저도 운명으로 여길 수 있기를 기도할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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