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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복음] 하느님 나라의 잔칫상에 자리 잡을 것이다
    previous/the Gospel 2013. 10. 30.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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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월 30일 복음말씀


    루카 13,22-30



    그때에 예수님께서는 예루살렘으로 여행을 하시는 동안, 

    여러 고을과 마을을 지나며 가르치셨다.

    그런데 어떤 사람이 예수님께 " 주님, 구원받을 사람은 적습니까? "하고 물었다.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이르셨다.

    "너희는 좁은 문으로 들어가도록 힘써라.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많은 사람이 그 곳으로 들어가려고 하겠지만 들어가지 못할것이다. 

    집주인이 일어나 문을 닫아 버리면, 너희가 밖에 서서 '주님, 문을 열어 주십시오' 하며

    문을 두드리기 시작하여도, 그는 '너희가 어디에서 온 사람들인지 나는 모른다' 하고 대답할 것이다.


    그러면 너희는 이렇게 말하기 시작할 것이다.

    '저희는 주님 앞에서 먹고 마셨고, 주님께서는 저희가 사는 길거리에서 가르치셨습니다.'

    그러나 집주인은 '너희가 어디에서 온 사람들인지 나는 모른다. 모두 내게서 물러가라. 

    불의를 일삼는 자들아!' 하고 너희에게 말할 것이다. 

    너희는 아브라함과 이사악과 야곱과 모든 예언자가 하느님의 나라 안에 있는데 

    너희만 밖으로 쫓겨나 있는 것을 보게 되면, 거기에서 울며 이를 갈 것이다.

    그러나 동쪽과 서쪽, 북쪽과 남쪽에서 사람들이 와 하느님 나라의 잔칫상에 자리 잡을 것이다. 

    보라, 지금은 꼴찌지만 첫째가 되는 이들이 있고, 지금은 첫째지만 꼴찌가 되는 이들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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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묵 상)



    모든 사람은 무병장수(無病長壽)하기를 바란다.
    젊게 건강하게 오래오래 살고 싶어한다는 뜻이다.
    언젠가 미사 중 신자들에게 질문한 적이 있다.
    “천국에 가고 싶으신 분들 손들어보세요.”
    모두가 웃는 얼굴로 손을 번쩍 든다.
    다시 질문한다.
    “그러면 지금 가고 싶으신 분들 손들어주세요.”
    모두 웃기만 하고 아무도 손을 들지 않는다.
    ‘개똥밭에 굴러도 저승보다는 이승이 낫다’는 속담을 재차 확인하는 순간이다.

    죽고 싶지는 않다는 이야기다.
    이는 아주 자연스러운 우리 모두의 마음이다.

    이틀 전 성체를 모시고 잠시 묵상하는 동안 엉뚱한 생각이 떠올랐다.
    만약 우리가 물리적인 사고를 피할 수 있고 또 늙지도, 병들지도 않는 몸을 가지고 있다 하자.
    그러면 우리의 삶과 이 세상은 어떻게 변할까 하는 생각이었다.
    즉, 모든 사람이 죽지 않을 수 있는 몸을 갖게 되면 어떻게 되겠냐는 말이다.
    그토록 모든 사람들이 원하는 무병장수를 이루게 되었으니 행복한 세상이 될 수 있을까?
    과연 그럴까?
    모르기는 해도 그렇지 않을 것이다.

    여러 가지 상상이 가능하겠지만, 그 중 제일 비극적인 상상은 
    세상이 완전히 욕망덩어리로 변할 것이라는 것이다.
    내일 죽을지도 모르는 삶 속에서도 손을 놓기 그리도 힘든 욕망인데,
    죽음이 전제되지 않을 수도 있는 삶이 각자에게 갖게 할 욕망의 깊이가 오죽하겠는가?
    제어력을 잃은 욕망, 멈춤이 없는 이기심은 정말로 상상하기조차 싫은 
    비극적인 세상을 만들 확률이 너무도 높다.

    어쩌면 그나마 우리가 욕망과 싸워 선한 삶을 살고자 하는 동기나 이유는
    우리의 유한성에서 만들어지는지도 모르겠다.
    우리의 불완전한 모습이 완전하신 하느님을 바라보게 하듯이, 죽음이 있기에
    우리가 삶을 뒤돌아볼 수 있고, 용서를 청할 수 있는 은총이 허락되는 것이 아닐까?

    좁은 문으로 들어가도록 힘쓰라 하셨다.
    욕망과 이기심 그리고 끊임없는 유혹, 이 모든 것들을 안에서 
    복음적 가치를 실천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기에 좁은 문이 되는 것이고, 그 좁은 문을 들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욕망과 이기심과 유혹이 원하지 않는 문, 그 문이 바로 좁은 문이기 때문이다.

    그렇다.
    좁은 문이란 어려운 문이라는 뜻이다.
    이 어려운 문을 들어가고자 하는 삶은 삶의 한계를 바라볼 줄 알고 인정할 때 허락되는 삶이다.
    삶과 죽음이라는 한계를 넘어서는 세상을 희망하는 삶이 결국 신앙인의 길이다.
    더러운 욕망이 아닌 참된 사랑으로 이루어진 생명의 나라가 하느님의 나라임을 우리는 믿고 있다.
    그 나라를 들어가고자 하는 이는 많지만 들어가는 이는 적다 하셨다.
    그만큼 어려운 길이라는 말씀이다.
    하루하루를 최선을 다해야 한다.

    이 모든 것이 늙음도 죽음도 은총이라는 
    신앙적 이해가 가능할 때 주어지는 삶이라는 것을 마음에 새겨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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