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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찬란하고도 초라했던 내가 있던 곳

urastyle 2020. 5. 31.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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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우리의 만남이 20주년을 맞이했다는 이유로

대전에서 모임을 갖기로 했다

 

그 핑계로 이번에도 몇일 정도 혼자만의 시간과 함께

나의 특별한 인연들과의 만남을 기대하며 한 것도 없는 나에게

또 한번 선물같은 시간을 주기로 했다

 

어제는 만남과는 별개지만 충분한 시간을 갖고 돌아볼 요량으로

내가 그 시절 오랜시간 머물던 학교로 향했다

변한 것들과 그대로인 것들이 뒤섞여 있는 그곳에서

나는 기억을 더듬어 마치 보물섬의 보물들을을 찾아내듯

가슴 아리고, 저릿하고도 벅찼던 추억들을 쓸어 담았다

 

그래 이곳도 거의 20여년 만이구나

그런데도 어떻게 이리도 생생한건지...

처음에 이곳에 왔을 때의 기억

싱그러우면서도 허망한 듯한 느낌으로

시큰둥하게 첫발을 내딛었던 그 순간

 

기대도 별 생각도 없었던 그 곳에서 만난 나의 소중한 인연들

그들과의 기억들. 지금은 어떻게 살고 있을지

새삼스럽게 하나 둘 떠오르는 얼굴들

 

천천히 걸으며 학교생활을 했을 때

가장 많이 갔던 장소, 다니던 길, 머물던 기숙사,

그렇게 가까웠는지 몰랐던 중앙도서관

학교를 오갈때마다 지나야만 했던 아파트 골목길

그 주변으로 몇번이고 거처를 옮겨가며 살았던 곳들

없어진 집들, 저 집이었던가 싶은 그 골목

그 곳에서 시작되고, 그 곳으로 향하던 내 발걸음들

친구들이 살던 곳들..

 

 

 

 

 

우리가 밤새 함께 술을 마시고, 웃고 다투던 그 시간들

버스를 탔던 정류장, 서로를 기다리던 그 길

학교 앞 정문에서 야외스크린으로 상영해준 인생영화

3시간짜리를 내내 서서 보면서도 힘든줄 몰랐던 그 시간

천천히 걸어보면서 너무나도 많은 기억들이 생생하게 떠올라

스스로에게 놀랐다

 

20년만인데 말이다

기억속에는 가장 찬란했고, 또 초라했던 그 시절의 내가 있었다

그리고 온 순간, 모든 곳에 함께 했던 당신이 있었다

 

사는동안 전할 기회가 있을까

미안해.. 그리고 정말 고마웠어 라고.